내 이야기는 길어
- Manager

- 9월 16일
- 1분 분량
어쩌면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일 것 같다는 생각에 나는 가볍게 이 드라마를 틀어보기 시작했다.
막상 처음엔 늘어지는 대사와 주인공의 끝없는 변명 때문에 금방 지루해졌다. 역시 일본 드라마는 나와 맞지 않는가..? 하고 오프를 누르려다가 1화까지만 봐보자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 느릿한 흐름 속에서 나 자신을 보는 듯한 묘한 울림이 찾아왔다. 웃기면서도 불편하고 가볍지만 동시에 묵직한 무언가가 이 드라마 속에 숨어 있었다.
게으름이 아니라 두려움이었다
주인공이 방 안에서 툭 던지는 말들은 겉보기엔 단순한 게으름 같았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속엔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다시 시작하기 어려운 마음이 숨어 있었다.
나 역시 변명을 늘어놓으며 하루를 넘긴 적이 있었기에, 그 모습이 웃기면서도 낯설지 않았다.
가족이라는 불편한 거울
가족들이 그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답답함과 연민이 함께 섞여 있었다. 때로는 대놓고 비난하면서도 결국은 챙기고 끌어안아 주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서로의 가장 불편한 면을 끝까지 보여주면서도 떨어지지 못하는 게 가족이라는 사실을 다시 깨닫게 해줬다.
작은 위로가 된 긴 이야기
드라마는 크게 심각한 사건을 보여주지 않는다. 하지만 사소한 대사와 일상적인 장면들이 모여 묘한 힘을 발휘한다. 멈춘 것 같은 삶도 언젠가는 조금씩 앞으로 나아간다는 걸 조용히 보여주며 보는 내내 어쩐지 마음이 따뜻해졌다.
일상 속에서 소소하고 마음 따뜻해지는 드라마를 보고 싶을 때, 내 이야기는 길어는 꽤 괜찮은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