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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파드

  • 작성자 사진: Manager
    Manager
  • 8월 17일
  • 1분 분량

이 드라마를 보는 건 긴 소설 한 권을 느리게 읽는 기분이었다.

이야기가 확 치고 나가지 않아서 처음엔 조금 답답했는데 보다 보니 그 느림이 주는 재미가 있더라, 마치 장면 하나하나를 오래 바라보라고 인물들의 표정 속에서 말을 찾으라고 시간을 주는 것 같았다.


황금빛 속에 스며든 먼지

솔직히 가장 먼저 빠져든 건 이야기보다 화면이었다.

빛이 스며든 실내, 먼지가 떠다니는 복도, 바다 냄새가 날 것 같은 풍경들까지 그 속에서 인물들이 서 있으면 그 자체로 그림이었고 그 그림 속에서 감정이 전해졌다.


웃음 뒤에 숨은 그림자

주요 인물이었던 공작은 말이 많지 않은데 그 침묵 속에 세월이 쌓여 있었다.

젊은 이들은 활기차지만, 그 눈빛에 깔린 욕심과 불안이 숨겨져 있었다. 특히 한 장면, 웃고 있는 얼굴 뒤로 살짝 스치는 씁쓸한 표정이 오래 남았다. 그 표정 하나가 인물의 전부를 설명해주는 듯했다. 그래서 이야기를 다 듣지 않아도 그들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알 것 같았다.


변화는 이렇게 온다

이 드라마를 다 보고 나니까, 변화라는 게 거창하게 오는 게 아니라는 걸 새삼 느꼈다. 인물들이 느끼는 아쉬움, 자존심, 체념이 보는 내 마음까지 서서히 스며들었다.


화려하게 빛나는 순간에도 이미 저물어가는 시간은 조용히 흐르고 있었다. 고전 드라마를 좋아한다면 한 번 쯤 보길 추천하고 싶다.


레오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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