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저링: 마지막 의식
- Manager

- 1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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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과 공포의 경계가 무너지는 순간, 시작부터 묘하게 달랐다.
기존 시리즈가 사건을 중심으로 움직였다면, 이번 영화는 워렌 부부 그 자체의 내면에 초점을 맞춘다.
1986년, 한 가정집을 찾은 두 사람의 얼굴엔 피로가 묻어 있었고 이번엔 단순한 퇴마가 아니라 그들의 삶 전체를 정리해야 하는 사건처럼 보였다.
신앙의 끝에서 마주한 공포
이번 사건은 단순한 악령의 출몰이 아니라 신앙이 흔들릴 때 사람은 어디까지 버틸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 같았다.
워렌 부부는 늘 믿음으로 맞서왔지만 이번엔 그것조차 부서진다. 그들이 마주한 존재는 단순한 악마가 아니라 자신들의 과거와 죄책감이 뒤섞인 그림자였다. 카메라가 그들의 얼굴을 비출 때마다, 나는 두려움보다 피로함이 먼저 느껴졌다.
악령보다 무서운 건 기억
스멀 가문의 집 안은 단순한 공포 세트가 아니었다.
벽지에 스민 속삭임, 문틈 사이로 새어드는 불빛, 모든 게 마치 워렌 부부의 과거를 비추는 거울 같았다.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듯한 장면들 속에서 그들이 억눌러왔던 기억이 조금씩 살아났다. 영화는 공포를 통해 기억의 고통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점점 무겁게 내려앉는다.
마지막 의식, 그리고 침묵
엔딩은 화려하지 않다.
그리고 이 영화는 무섭기보다 슬펐다.
마지막까지 믿음을 잃지 않으려는 두 사람의 모습은 오랜 세월을 함께 버텨온 신앙의 기록 같았다.
공포를 보여주려는 영화가 아니라 공포 속에서도 인간의 신념이 어떻게 남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