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

쥬라기 월드는 워낙 유명한 작품이고 정말 많은 시리즈가 있었다. 사실 처음 쥬라기 월드를 보고 영화의 세계에 빠져들었다고 할 정도로 쥬라기 월드는 많은 이들에게 인생작 중 하나이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2025년 신작이 나왔다고 했을 때 솔직히 이제 더 보여줄 게 남아 있을까? 하는 의문이 있었다. 수많은 속편들을 거치며 공룡의 등장은 더 이상 놀라운 장면이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막상 스크린에 첫 장면이 펼쳐졌을 때 그 익숙함 속에서도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공룡의 눈빛이 만든 압도감

이번 영화에서 가장 크게 다가온 건 거대한 체구가 아니라 공룡의 눈빛이었다.

화면을 가득 채운 한 마리의 시선은 살아 있는 생명 그 자체였고 그 순간 극장이 아니라 실제 야생에 서 있는 듯한 착각을 했다. 단순히 시각적 볼거리를 넘어서 저 생명 앞에서 나는 얼마나 작은 존재인가라는 감정을 새삼 느끼게 했다.

무너진 세상에서 다시 시작하는 사람들

사람들은 더 이상 공룡을 두려움만의 존재로 보지 않았고 살아남기 위해 그들과 공존할 수밖에 없었다. 낡은 건물, 풀로 뒤덮인 도로 그 속을 걸어가는 인물들의 모습에서 묘한 현실감이 느껴졌다. 마치 이게 먼 미래가 아니라 곧 닥쳐올 현실 같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액션보다 강렬했던 침묵

물론 쫓고 쫓기는 장면들도 있었지만, 오히려 기억에 남는 건 잠깐의 정적이었다. 숲이 고요해지고 바람조차 멈춘 순간. 관객 모두가 숨을 죽이고 있을 때 갑자기 들려오는 낮은 울음소리가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거대한 장면이 아니라 작은 소리 하나로 관객을 움켜쥔 연출이 인상 깊었다.

영화가 끝난 뒤에도 마음은 오래 진동했다. 두려움보다는 오히려 경외에 가까운 감정이 남았다. 공룡이라는 존재가 단순히 괴물이 아니라 우리가 외면해온 자연의 또 다른 얼굴임을 다시 느꼈기 때문이다.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은 공룡의 등장을 보여준 영화가 아니라 인간이 다시 자연 앞에 서는 순간을 담아낸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