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리나

이 영화를 보았을 때 가장 먼저 느낀 건 무대와도 같은 공간감이었다.

총성과 발자국 소리가 마치 음악의 박자처럼 이어졌고 그 안에서 주인공은 춤을 추듯 움직였다. 단순히 싸우는 게 아니라,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듯 몸짓 하나하나가 날카로웠다.

복수라는 이름의 무대

이야기의 뼈대는 분명 복수였다. 하지만 단순히 누군가를 처단하는 분노가 아니라 잃어버린 삶을 되찾기 위한 몸부림 같았다. 총을 쥔 손끝보다 더 눈에 밟힌 건 눈빛에 서려 있던 고독이었다. 관객인 나조차 그 고독을 함께 견뎌야 하는 기분이 들 정도였다.

움직임이 만든 서사

대사보다 더 인상 깊었던 건 몸의 움직임이었다. 긴 복도에서 발끝으로 내디딘 걸음, 무너져가는 건물 속에서 뻗어낸 팔, 마지막 한 방울의 땀까지… 모든 게 춤처럼 보였다. 이름 그대로 발레리나였고 동시에 전사가 맞았다.

존 윅의 그림자에서 춤추는 또 다른 이야기

존 윅 유니버스의 스핀오프 작품이라 기대도 사실 진짜 많이 했다. 역시나 영화가 끝난 뒤에도 마음은 오래 가라앉지 않았다.

단순한 액션을 본 게 아니라 누군가의 삶과 선택, 그 선택의 대가를 지켜본 것 같았다. 총성과 피로 얼룩진 이야기였지만 내 안에 남은 건 이상하게도 슬픔과 아름다움이 함께 뒤섞인 감정이었다. 다시 한 번 존윅 시리즈를 열어보게 만드는 영화였다. 화려한 액션 영화를 보고 싶은 이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