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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미널

  • 작성자 사진: Manager
    Manager
  • 6월 18일
  • 2분 분량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인데, 이상하게 설득된다

어느 날 뉴욕 JFK 공항에 도착한 남자 하나. 중절모를 눌러쓴 외국인, 손에 든 건 작은 여행 가방 하나. 이름은 빅터 나보스키. 그런데 그는 입국도 출국도 하지 못한 채 공항에 갇히게 된다.


이유는 단 하나. 도착하자마자 그의 나라가 지도에서 사라졌기 때문이다.


영화 〈터미널〉은 말도 안 되는 이 설정을 놀랍도록 설득력 있게 그리고 있다. 배경은 바쁘고 복잡한 국제공항이지만, 정작 이 영화의 톤은 느리고 다정하다. 빅터는 이방인으로 시작했지만 그곳에서 조금씩 ‘자기 자리’ 를 만들어간다.


공항이라는 작은 우주, 그 안에서 살아낸다는 것

빅터는 비행기를 타지도 못하고 공항 밖으로도 나가지 못한다. 하지만 영화는 그의 시간을 생존기가 아니라 ‘삶’으로 묘사한다.


잔돈을 줍고, 버려진 카트를 정리해 햄버거를 사 먹으며 서툰 영어로 대화를 시도하고, 직원들과 웃고 싸우며 친구가 된다. 누군가는 그를 불쌍하다고 말하겠지만 영화를 보다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이 남자, 꽤 괜찮은 삶을 살고 있다' 는 생각.


〈터미널〉은 단순히 공항에 갇힌 남자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는 그 안에서 다른 이들의 삶과 감정, 선의를 하나 씩 만지고 살아간다.


톰 행크스의 연기, 너무나 인간적인 고립

이야기를 끌고 가는 건 단연 톰 행크스의 연기력이다.

국적도, 언어도, 연줄도 없는 남자를 연기하며 그는 '고립' 이라는 상태를 슬프게 만들기보다 묘하게 따뜻하게 만든다.


어눌한 말투, 어색한 표정, 정직함.

그 모든 게 빅터라는 인물을 공감의 영역으로 끌고 들어온다. 그가 보여주는 친절함과 인내심은 이 세상이 아직 괜찮은 곳이라는 믿음을 잠시나마 회복 시켜 준다.


진짜 이야기를 바탕으로 했다는 사실

놀랍게도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2004년, 이 특별한 사연이 스크린에 옮겨졌고 현실보다 더 따뜻한 허구로 다시 태어났다.


영화를 보고 나면 JFK 공항은 단순한 공항이 아니라 하나의 작은 세계처럼 느껴진다.

공항은 잠시 머무는 공간일 뿐이라는 우리의 상식을 〈터미널〉은 뒤집어 버린다. 때로는 멈춰 있는 곳에서도 충분히 인생이 펼쳐질 수 있다는 걸 보여주면서 말이다.


정리하며: 어쩌면 우리 모두는 잠시 머무는 중

영화 〈터미널〉은 관객에게 말한다.


"지금 당신이 멈춰선 그 자리에서도, 삶은 계속된다고."


그게 비록 공항 한복판일지라도 말이다.


터미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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